비밀 없이, 각주 없이, 건조하게 하루를 기록해 놓고 싶은 때들이 있다. 여의치가 않아서 블로그에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 봤다. 감정에는 찌끼들이 많다. 그건 드러낼수록 계속 똑같은 말들이 된다. 글쓰기 책에서, 추상적인 단어를 집요하게 반복한다는 것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다는 마음의 반증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읽었다.
어제는 석사논문 중간발표가 있었고, 여러가지를 잘 정리했다.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하려는 과정이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고 어떤 일에 더 이상 개의치 않겠다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에는 애인과 동네 산책을 나왔다가 펍 테라스에서 술을 한 잔 하는데 동네 친구 ㄹ를 우연히 만나 합석했다. 저녁에는 <디스 디스토피아> 낭독 공연을 보러 간다. 술 마시기 좋은 나날이라 아마 오늘도 술을 마실 거다. 원고를 쓰는 동안 미뤄둔 마감이 많아서, 빨리 끝내고 또 원고를 해야 하니 과부화 때문에라도 집 밖에 나가기가 힘든데, 적어도 해가 있는 동안에는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쓰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