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토요일 하루종일 외로웠다 물루 외에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cloud 9 보르헤스 퍼시픽에 갔지만 방문이 늦어 커피를 리필해주지 않았다 아무도
금요일 이리카페 저녁 준벅 그녀에게 화를 내다 병원에서 2주치 약을 지어오다 흡연실에서 시간보내다
목요일 언어철학 searle의 chinese room argument 약을 거른 부작용 시론 시간에 조금 울며 나와 약을 잘 먹겠습니다 과외를 잘렸다 학교에서 잤고
수요일 그녀는 고작 거기서 행복해했다 -의 가족들이 그녀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에
화요일 학교에서 잤다 느지막히 -이 왔다 노동절임을 잊고 출근해 시립미술관을 산책 후 그냥 돌아왔다
월요일 로코코에서 그녀를 기다렸다가 이동 학교로 왔다 -과 함께 잤고 잠긴 문
일요일 -이 떠났다 -은 오늘을 기억하지 않길 바랐고 -이 두고 간 것,
돌아오겠다고 한다
토요일 어렵고 어렵다 오후 합평 고기를 먹고 늦은 밤 맥주집에서 힘없이 대화하였고
2월 20일 당장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일들에 관해 무섭게 불안해한다 내가 만든 것들이 나를 죽이는 꿈, 새로운 사람이 될 거야, 온 세상이 말할 거야, "of course you are"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점점 사라지는 것이 쉽지 지워지는 글씨들 누가 무심코 훅 불어버린 것처럼 흩어진다. 세상에는 유리에 바람을 분다거나 하며 헛된 변형을 꾀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지만 우리는 그런 짓을 하지 않으리라. 우리가 스스로를 불어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2월 21일 여기 있는 것은: 빈 담뱃갑, 쓰다 버린 노트들, 피로와 불안과 알 수 없는 들뜬 감정, 차 찌꺼기, 커피 마크, 많은 담배 연기, 꼬리가 부푼 노란 고양이, and yet, 고통의 진열.
2월 22일 비토, 나는 네가 거의 아무것도 아니게 될 때까지 네 이름을 부르지, 부식되고 닳아빠지고 지워지고 사라지고 흐려지고 쇠락하고 쇠약해지기 위해 말하자.
2월 23일 기쁘다 마지막 한 대의 담배가 들어있는 담배갑을 보는 것처럼 기쁘다 그러나 열면 굴의 내장처럼 텅 비어 있다, 예쁜 알약으로 입술이 물들고 거짓말 투성이 세계는 꽃처럼 아름다운데.
2월 24일 일종의 부채와 함깨 결핍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고 부재 앞에서는 서늘해진다. 봐, 얇디얇은 꽃잎들 이렇게 흔하게 흔들리고 우리는 까맣게... 불쾌하고 불행하다 우리에겐 안전하고 건조한 화제들밖에 남지 않았어.
2월 25일 고양이가 내 엎드린 다리에 엎드려 있다, 따뜻한 무게다. 내가 견딜 수 있는 무게의 한계가 그뿐인가 의심한다. -와 멀어지고 싶어. 그리고 나와도 멀어지고 싶다, 결심들은 누가 날려보낸 것처럼 날아왔다가 또 누가 바늘로 꺼뜨린 것처럼 꺼뜨려진다, 난 가진 적 없는 새 인생을 손에 넣을까? 성가신 일이다 술 많이 마신 날에 그녀는 내게 전화해서: 있잖아 거울 속에서 니가 보여 진짜로
2월 26일 이 술집은 이름도 웃기고 믿을 수 없이 우스꽝스러운 칵테일을 서빙한다
2월 27일 우리 죽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 파편 좀 봐라 여기서 나가고 싶고 우리는 정상이 아니다 화 풀렸어? 그치만 너처럼 지독하게 굴진 않았다
2월 28일 생산적이지 않은 고민은 하지 말자 즉 닭처럼 많이 생산하자 돈 많이 벌어서 우리 남태평양에 갈까? 아니 거기에 가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서로에게 서로를 위하여 ditto, vito, ditto, vito, ditto, vito, 비토 네 말이 모두 맞아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 했을 땐 기뻤지만 잠 안 오는 밤들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낭떠러지 가까이로 저절로 굴러간다
3월 1일 마음 단단히 먹을까 아니면 애써 굴러갈까 기분이 풀릴 때까지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까 무슨 낙서라도 좋으니 해야겠지
3월 2일 살이 구부러진 우산 덕수궁 돌담길 비오는 오전 그리고 서늘하다 비틀스 우리에게 모든 게 점점 나아질까
3월 3일 왜 문이 잠겨 있지 별 수 없어서 담배를 피웠다 스타킹 신을 걸 넌 앞으로 나 안 보겠지 당연한 일이다
3월 4일 에스프레소 꼰빠냐 날이 흐리고
3월 5일 세탁기를 돌리다가 엎드려 울었다 난 별로 억울하지 않아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 안 해 삶은 유리구슬처럼 예쁘다 많은 종이를 낭비하는 것이 직업이다 잠을 못잤나봐 졸려
3월 6일 -는 어째서 나를 계속 좋아할 수가 있지 믿기지가 않는다 피로하다 왜 헤어지고 싶어? 더 이상 널 좋아하지 않아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거야. 아니야 다시는 아무도 못 만날 거야. 그래도 그럴 수 있을 거야.
3월 7일 맙소사 돈이 없다 열정적인 뒷걸음질을 여기 기록한다 나이들고 고양이 털과 니코틴과 카페인에 중독되고 매스미디어에 물들고 내일은 월급날
3월 8일 악몽을 꾸었다 과외학생네 보모가 되어 그 집 딸과 아들을 영원히 돌봐야 했다. 월급 받았다, 머리 했다, 머리 했으니 옷을 사자. 난 거지가 되었지만 머리가 예쁜 거지다.
3월 9일 사랑이 불구이듯이 언어도 불구다 언어는 내 사랑을 결코 전해주지 않으리라 총을 쏘았더니 백지의 장막이 뚫렸다 나는 모두 보았다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삐걱거리기 위해 삐걱거리는 문들이여
3월 10일 신촌에서 지나가던 취한 외국인이 do you think i am an asshole? 이라고 물어서 yes you are an asshole 이라고 대답하였다
3월 11일 다리를 절지 않을 거면 굳이 거길 가서 뭐 해 핏줄과 불꽃 사건들
3월 12일 기억나는 것도 없이 매일이 흘러가네 네 욕조 속의 시체가 되고 싶다는 노래 그치만 아니야 그런 것 눈만 깜박이면서 기억나는 것도 없이
3월 13일 술잔 속으로 숲이 자라나고 분분한 날벌레가 귀와 코 속으로 아 호흡을 막고 기관지를 기능치 못하게 하고 내 모든 것이 끝났으면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분분한 것 끝내고자
3월 14일 깨진 창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비명 입을 뚫고 쏟아지는 설탕 우리는 정신을 잃었지요 천막을 찢으면서 기절했어요 그때 어땠나요 낮은 포복으로 빠져나올 때 뱀이 쉿쉿 소리를 낼 때
3월 15일 무섭고 외롭다 말 많이 하고 윤색하고 첨가하며 다음엔 체계적으로 연애해야지
3월 16일 일기만큼 부질없는 게 없다 다시 태어나면 그러지 말도록 합시다
3월 17일 네 소멸을 관람하러 놀러 나왔는데 네가 이미 없어서 머뭇거렸네
3월 18일 자리에 앉아 있으면 정말 빠르지 뭐야 지하철이란
3월 19일 봄이 석류처럼 차요
3월 20일 행복해 보여서 불안해 다 거짓말 아니야?
3월 21일 열정적인 뒷걸음질을 치기엔 너무 늦었잖아, 숨고 싶은 곳과 가야 할 곳이 각각 너무 멀고 둘 다 내게서 너무 멀리 있다.
3월 22일 매일 조금씩 줄어든다 닻을 두고 출발했어 알아 여기엔 아무 것도 없어 녹은 꽃잎처럼 벗겨내도 다시 피고
3월 23일 설탕을 입힌 소염제를 삼킨다 비인도적으로 돼지들이 죽어간다 얼마나 멋진 사랑을 나는 꿈꾸었던가
3월 24일 기억하고 싶어 이 첫 순간 불안하고 불행하고 의무를 잔뜩 안고 있고
3월 25일 난 정말 행복하게 살 작정을 했지, 챠오! 나의 태양
3월 26일 이렇게 아름답고 찌질한 세계가 있다니 그게 어딘지 보이지도 않잖아 엎드려 울자
3월 27일 트라린 자나팜 리스펜 이팩사xr
3월 28일 가볍고 무심한 진단명
3월 29일 모든 걸 복원할 거야 독주머니처럼 독주머니처럼 오늘 무엇을 했지? 커피마셨지 병원도 가고 개에 물린 흉터같은 나를 용서하기 위해 얼마나 걸릴까 일어나 걸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껍질 다 벗겨진 것처럼 무섭다
4월 모일 택시기사와 만담: 신촌현대백화점이요/ 거기까지만? 더 가면 안 돼요?/ 과유불급인데/ 가다가 아니가면 아니감만 못한데/ 전 갈데까지 가는 건데
4월 모일 일제히 깨지는 유리창, 통증의 봄에 돌들이 늘어서 있다.
4월 모일 -와 통화했는데 그녀가 날 너무 불쌍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더러운 방과 부러진 어금니와 환청을 듣는...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예요 했더니 응 그런데 너 너무 불쌍하다 하고 최종적으로 판단해 주었다 나쁜 사람이다
4월 모일 의사가 그랬다. 앞으로 뭐할 건가? 아 병원을 옮기고 싶다. 고양이는 왜 키우냐고 물어봐서 쥐가 들어올까봐 무서워서 키운다고 말하는데 너무 끔찍했다 진실이 너무 분하다
4월 모일 내가 물잔이라면 찰랑이고 넘치기 직전인데 실제로 넘치지는 않게 설계되어 있다. 물잔을 만드는 유리가 어느 커다란 들창에서 깨어져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마구 깨어져 흩어진 것은 아니라 의도적으로 한꺼번에 무너져 나온 것이라는 직감, 게다가 들창에는 덧문도 달려 있으니 굳이 공동을 내보일 까닭은 없고,
4월 모일 사지가 잘려 나가도 고통은 가짜구나
4월 모일 마음이 부동심에 이르렀나 간밤 -에게서 14통의 부재중 전화 내가 뭘 잘못했었나
4월 모일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춤이나 추자 거울밖에 볼 게 없는데 어느 날은 거울을 봐도 아무것도 없다 9시를 기다린다
4월 모일 괜찮아 쥐는 물루가 쫓아줄 거야 그리고 오늘 좋았어요 정말로
4월 모일 불이 났다 생선들 재생 나는 -를 떠날 것이다 식물성의 난폭한 물 속에서 굶주리고 있네 굶굶굶 밥밥
4월 모일 바늘을 잃어버렸다 가책은 느끼지 않으나 마음이 좋지 않다 북카페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이 있는데 사람 미치게 하네 꽃은 귤 같고
5월 모일 좀이 쏠아 레이스 같아진 노트 한 권이 내 앞에 있는데 이 검은 태양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5월 모일 자기자신을 탕진하며 살자 매일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는 것이 중요하냐고 너에게 물었는데 네가 단호하게 답하여 통곡하며 울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나도 잘못했고 내 머리 속에는 엄청난 것이 들어 있다
5월 모일 벽에 그려진 얼굴들
5월 모일 걸어나오는데 꽃 꺾는 냄새가 났다 네르발을 읽다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목을 매단 그의 주머니에 들어있었을 오렐리아 2부 원고를 생각하니
5월 모일 고르릉고르릉 릉릉릉 능릉능릉 마르그리트 뒤라스 인생의 불편한 진실과 개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날씨는 침울하고 나도 침울하여서 볕 쨍쨍하던 날에는 그렇게 웃더니 지금은 다락방에 십년쯤 숨어 있는 사람처럼 구는데 그나저나 관절염에 고양이가 그렇게 좋단다 안고만 있어도 될까
5월 모일 운이 왜 이렇게 좋지 매일이 오늘 같으면 얼마나! 설렁탕 사서 집에 가면 누구 하나 죽어 있을까봐 두렵다
5월 모일 출근 대신 고양이를 안고 누워 있었다 비가 오고 나쁘다 어렵다 모른다
5월 모일 콘크리트는 오래된 흉터처럼 우둘투둘하고 안다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부수고 다시 짓고 몇 배나 어려운 일이고 나도 내가 믿어지지가 않다 허공이 심장에서 피를 흘릴까
5월 모일 잠깐 비 오고 하늘이 침울해서 수업에 들어가는 대신 춤 추는 사람들을 보았다 밤 어둠 정지 발끝으로 따닥 딱 소리내며 뭐가 문젠지 나도 모르겠지만 아주 많은 것이 나아져 있겠지 안 아프고
5월 모일 입에서 많은 것들이 튀어나온다네 뜨겁고 고요한 오후의 자의식
6월 모일 필터가 없기 때문에 솟아오르는 충동, 나는 아무것도 해부하지 않으니까. 가짜로 앓는 걸로 모자라 괴물을 만들어서 오늘 아프고 내일 아프고 더럽고 아름다운 굴껍질 안에 아무 것도 없네 남의 인생에 족적 남기는 것이 삶의 목표라면 삶을 마감할 시간이다 불가피하나 불가능한 관계들이 있지 당신 인생과 내 인생 중 하나만 선택해요
6월 모일 평화로워 보일까봐 덧붙인다 당신이 미워요 울면서 당신 머리카락으로 오비를 만들겠다고 하고 싶지만 손 잡고 산책하고 바깥에 비 올 때 마주앉아 차 마신다 당신은 날 빤히 들여다보고 난 당신을 모르겠는데 앞으로는 더한 지옥이겠지 내 지옥이 여기 있는데 뭐하러 밖을 보나
6월 모일 그날 어쩌면 그렇게 행복했는지 믿기지 않는다 내가 문제다
6월 모일 석 달간 비가 오지 않았고 나무는 지하로 뻗어들어가고 뿌리는 마른 땅으로 뻗는다 면도날 같다 물이 있는 동맥을 끊으려고, 나무에 매달린 채로 시들자
12월 모일 "지금 날 유혹하는 거야?" "아니" "그럼 유혹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쪽으로 끌릴까" 이런 거 싫어.
12월 모일 보라색 스타킹을 샀는데 열어 보니 꽃자주색이다, 게다가 은사와 레이스가 섞여 있다, 세상에 이런 것과 어울리는 옷은 없어. 요가원에서 건강상태를 쓰라기에 나쁨, 이라고 적었더니 설명을 요구해서, 생리통이 심하고 피부트러블이 있으며 위염과 빈혈이 최근에 고통을 주고 전체적으로 허약한데 헤비스모커에 에스프레소 트리플을 마시고 식사는 하루에 한 끼 하며 조금 알코홀릭이라고 했더니 우울증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나에게.
12월 모일 김영하 퀴즈쇼를 읽었는데 김연아 갈라쇼가 더 낫다
12월 모일 가지들의 뻣뻣한 직선이 꽃망울로 얼룩덜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