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이 주니어들의 아비는 동네 일진고양이로 추정된다, 발가락이 닮았거든. 암튼 이제 망이라는 이름도 아깝고 일진깔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침에 폴 면접 배웅해주다가 집 앞에서 고양이 그림자 봤다. 폴이 먼저 "엇, 혹시" 했다. (고양이는 엉덩이만 남기고 사라졌다)
 
 나: 저놈일세.
 폴: 고얀놈. 싸질러 놓기만 하면 다냐. 
 나: 자네는 무슨 일 하는가? 뭘 물어봐, 아무 것도 안 하겠지. 저놈도 딱 보니까 전업고양이네.
 폴: 하는 일... 약탈.
 나: 노략질.
 
 나: 아, 그리고 교미.
 폴: 야.
 나: 그런데 그 방면에서 물루는 약간 태업인데. 
 폴: 야.
 나: 나도 물루 까기 싫지만. 

 나: 그러고 보니 와, 나도 전업 고양이 하고 싶네요. 진짜 잘 할 수 있는데
 폴: 뭘.
 나: 노략질...
 폴: 사료 챙겨주는 거 잘 받아먹고. 
 나: 낮잠 자고, 시간 나면 무릎에 머리 부비고. 아, 자소서도 잘 쓸 수 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무릎에 머리 부비는 걸 좋아하였고'... 
 폴: 자네 그럼 그릉그릉 한 번 해보게.  
 나: 아, 그건 지금 제가 감기에 걸려서, 대신 꾹꾹이를 해보겠습니다.
 폴: 그럼 그루밍이라도 해보게.
 나: ... 나 진짜 한다? 그 정도야 하지, 근데 그루밍까지 하고 면접 떨어지면 부끄러워서 어떡해.  

 폴: 괜찮다, 그럼 니 날다람쥐 시험 보면 되지. 
 나: 어, 맞네! 
 
 폴: 근데 날다람쥐 붙으면 나무 위에서 살아야 한다.
 나: 괜찮다.
 폴: 나무에서 나무 사이로 뛰어다니고.
 나: 투신이 일이네... 하지 뭐. 
 
 할 수 있는 일이 많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날다람쥐도 쥐잖아 쥐가 되는 건 좀 미루고
 일단 고양이부터 도전하자. 

 <자소서>
 
-성장배경
 저는 어린시절부터 몸단장을 좋아하여 집은 더럽지만 눈화장은 열심히 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집안일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으나 누가 차려주면 참 맛있게 먹었으며, 자만심이 강하고 마음씨가 곱습니다. 
 야행성이기까지 하고요...   

-지원동기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연장의 꿈이 이루어진 가운데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  

 -관련경력
 현재까지 고양이 산파로 5회 활동하였고, 범백을 이겨낸 경험은 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남의 고통이라면 얼마든지 견딜 수가 있으니까요!!! 

 -특기사항
 4년제 대졸로 기존 고양이계의 블루오션인 인문/외국어분야를 개척할 작정입니다. 

 -희망연봉
 내규에 따름. 

 -앞으로의 비전 
 합격한다면 무도, 비행, 균형 등 기본소양을 갈고닦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마포 최고의 고양이가 되겠습니다. 고양이 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연령이지만 뒤늦게 발견한 재능으로 정진을 거듭하여 타의 귀감이 될 것이고요... 






 (어젯밤 트위터 고양이 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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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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