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한 여자

진흙 얼음 2011. 12. 1. 22:49
오늘 아침 꿈: B와 손을 잡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갖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사줄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반지나 팔찌를 갖고 싶다고 했다. 그런 게 갖고 싶었다 닦으면 빛나겠지만 아직은 닦이지 않은 어두운 금속과 모조진주, 사악한 동물을 본따 만들어진 부적. 그는 실망한 것 같았다 아마 그는 무언가 각별히 아름다운 물건, 초록 깃털 한 줌이나 유리로 된 다면체 같은 것을 내가 고를 줄로 알았던 것 같다. 우리는 밝은 색 천막들을 둘러보았지만 고무나 싸구려 헝겊으로 만든 것들 밖에는 없었다. 나는 동물로 분장하고 있었고 동물처럼 웃고 울었다. 그는 대운동장을 가로질러 나를 학교로 데려갔다 기분나쁜 일이었다. 학관-인문관이 금속비늘로 덮인 채 꿈틀거리는데 나선계단 위로 달리게 했다 그 일이 아름다운 일이라도 된다는 듯 말이다. 나는 팔을 휘두르며 그에게 이것은 인간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고 말했다 동물로 분장한 채로 말했다. 그는 자기 악몽에 나를 초대해 기뻐했다 그의 기쁨과 슬픔을 빚어낸 바로 그 점토 위에 내가 서 있었다 속수무책으로 빠져들며 말이다 그는 그것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나는 다만 반지 하나, 혹은 팔찌 하나를 원했다 온 세계의 길게 웃는 입술보다 안쪽에 지워지지 않는 음각으로 l'amore vince tutto라고 새겨진 무거운 반지를 끼고 그것을 잃어버리길 원했다.
나선계단을 달려내릴 때 스커트가 부풀어올랐다, 피부 밑에서 닥치는 대로 쩔렁대는 보석들을 꺼내 그에게 걸치라고 명령했다 그는 그것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정이 청동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거푸집은 깨어 있을 때 내가 만들어둔 거란다.

*
오전에 흰죽 한 술에 체해 일터에 늦는다고 알렸다, 게워내고 게워내는데 흰죽은 보이지도 않았고 나는 몸의 안쪽을 허물어서 뱉어내고 있나 싶었다. 무서운 상사들도 오늘은 늦게 출근한
나를 혼내지 않았는데 토하는 사람으로 전직한
얼굴을 하고 갔기 때문이다 일은 정신없이
바빴고 두 사람 몫 오전 일과를 혼자 하게 두어서 미안하다고 동료에게 말하던 중에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 토했다.

토하는 사람은 머리를 감다 토하고
귀가해 허기져 짜파게티를 끓여먹다 토하고

*
나누어 먹은 점심에는 갈치구이가 있었는데.
-돌이 나왔어요.
-밥에서 나온 거 아닌가?
-생선에서 나왔는데.
-이빨 같이 생겼네
-갈치요...? 그런데 갈치는... (이건 내 대사)
-혹시 내장에서 나왔나요?
-아, 그만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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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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