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가 연락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 것은 어젯밤 전화를 끊을 때였는데, 생각대로 정말 연락이 없었고 나도 *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비가 왔고, *가 없었을 때와 똑같이 하루가 흘러갔다. 소파에 앉아서 아무 무료영화나 보다가 친구의 방문을 받고 얼음을 끝없이 얼리는 토요일.
//가 갑작스레 오늘 찾아와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가 나를 위로하고자 찾아오는 거라고 착각해서 더 묻지 않고 그러라고 했는데, //는 사실 끝난 연애 이야기를 하러 온 거였어. 이건 누구한테 잘못이 있는 얘긴 아니구 다만 //를 위로하는 동안에 그냥... 좀.
틀어놓았던 영화를 같이 봤다 옛날영화는 아닌데 이미 옛날이 되어버린 로맨스 영화고 지금 보니 정말 옛날처럼 촌스러웠는데 우리 둘 다 결말을 잊어버려서 결국 여자가 또 죽나 남자가 대신 죽는 거 아니었냐 해피엔딩아니었냐 그런 얘길 하다가 시시하고 예상가능한 결말을 봤고
우산 쓰고 조금 걸어서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헤어짐 난 오늘 괜찮게 행동했었어.
//가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었을때 난 그냥 쒯이죠 ㅎㅎ 하고 말았는데 더 이야기하고 싶진 않더라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또 있긴 있어서 실없이 $에게 문자해 보기는 했어. 만약에 $가 대화할 상태였다면 난 아마 지금 내 문제를 얘기했을지도 모르지만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털어놓고 짐을 내려놓는 것도 신뢰의 행위고 마음을 끝까지 열어야 할 수 있는 일인데 오늘은 내가 그걸 열고 싶지가 않아.
어제 *에게 편지에 쓴 것 외에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말하는데 한 일이... 없었다. 종일 울었고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가 쪼개질 거 같아서 물을 계속 마셔야 했다. 한 일이 없어 하면서 또 울었는데 *는 가끔 차분하게 그랬구나 야옹아 그랬나 오늘 우느라 아무것도 안했구나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어제는 그 말투를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 왜냐하면 별로... 그냥 내일은 *가 연락을 안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울고불고 난리치거나 어디야 뭐해 하고 싶은 기분이 별로 들지도 않았고 난 그냥 움직임이 거의 없이 가만히 있고 싶었음
내가 아기 때 굉장히 슬프면 손을 봤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땐 차가운 마음이 심장에서 손끝까지 퍼져나온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가 가만히 있으면 그게 좀더 느려져서 견딜만해진다고 느낀 거 같아.
오늘 비가 와서 집안에 가만히 있었다 비오는 날에는 결정같은걸 내리지 않는데 세상에서 그걸 아는 사람은 *뿐이다. 지나가는 말로 아 나는 비 오는 걸 싫어해서 라고 말하면 보통 사람들은 아 정말요? 그런다. 전에도 그 말을 했는데 사실 그걸 기억할 정도로 나한테 관심이 없거든. 물론 나도 상대방이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른다 나한테 말했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것까지 알기엔 우린 되게 멀잖아.
오로지 *만이 어떻게 니가 비오는 날을 싫어하는 걸 니 친구들이 아무도 모를 수가 있어? 어떻게 니가 A하면 B한다는 사실을 다들 모르지? 라고 말하기 때문에 나는 전화 너머로 자주 우는데 사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도 *뿐이긴 함 애초에 울면서 다른 누구랑 통화를 하지도 않고요
비 오는 날 안 움직이는게 맞긴 맞는데... 그래도 오늘은 움직였다 애플워치 링 채워야 하니깐... 그리구 커피도 마시러 가야 했구... 크림커피를 마셨다 아주 진하고 뻑뻑한 크림이 얹혀 있었음 오늘치 칼로리를 채워야 했어
요즘 뭐가 잘 안 넘어가긴 함
그리구 일기를 쓰는 중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여기까지만 쓰구 일단 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