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얼음 2010. 9. 15. 14:43


말도 안 되는 밤이네요... 새벽 4시 반 알람을 매일 지나친다. 분명히 밝혀 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감상적으로 밤을 지새는 게 아니라 일 하다가 지샜고 어디까지나 동기와 목적을 동반한 일이었다, 여름내 지옥이라는 말을 일흔 번 타이핑했다. 일곱이라고요, 일곱. 일천 번은 발음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흐르는 모래에 묻혀서 필멸을 말하는 일은 어딘가 조금 치사하니까. 나는 일곱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가끔 고양이 꿈을 꾼다... 그리고 업무는, 비현실적으로 끝나질 않는다. 지금 나 살아 있는 거 맞나.
혹시 내가 모든 밤들마다 실은 숨도 안 쉬고 담배만 피우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망상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거 다 꿈일까.
우째 이래 일이 안 끝날까 죽고 싶다는 말은 진부하고 마치
희망 같은 것을 기대한다는 거짓된 인상을 동반한다 그러므로
본인의 사망을 원한다고 단정하게 말하면 지나침이 없다

천하룻밤 동안 멈추지 말고 이야기하라 이야기를 멈추면
살해하겠다, 라는 술탄에게 쟁반에 담긴 목을 내주는 일
매일 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끓는 기름 (이건 너무 멀리 갔고) 아니면
무등을 타고 어깨에 올라 앉아 안 내려오는 무엇... 이를테면
물루라거나 아니면 새벽의 어깨에 올라앉아 못 내려오는
나 아니면 끓는 기름, 야자 열매, 회전 목마, 피의 복수,  
가이사의 것을 가이사에게 고양이의 것은 고양이에게
그리고 내 건 어제 만든 사소한 흠결을 가지고 오래 복잡해하는 버릇,
아니면 그저께 만든 조금 더 큰 흠결, 그끄제 (어제 아래께) 만든
그 두 배의 흠결과... 이 법칙에 따르자면 흠결은 매일 절반으로 줄어든다.
대충 제논의 파라독스에 의해 그 흠결이 완전히 없어지는 순간은 올 수 없지만...


(자기 자신이 싫어서 사망한 사람은 없어, 라고 썼다가, 짱 많다, 고 고쳐쓰고)
(혹시 일하기 싫어서 죽은 사람은?)

늑골의 통증에게 죽은 까마귀같은 이름을 붙여주고 싶지만 
그건 빛나는 것들을 물고 오다가 그리된 게 아니라 
우레탄 바닥에 엎드려 등 근육을 혹사시키는 기묘한 공정 속에서 발생하였고
따라서 진짜가 아니네요 일하기 싫은 게 아니라
다 싫은 거다 그냥 다... 경제학의 레토릭에 따르면 인간은 언젠가 모두 사망하니까.

"한 달 전으로 시간을 돌려줄게요"
"사망의 한가운데로?"
"그럼 십 년 전?"
그러고 보면 복수형의 나는 언제나 사경을 헤맸다
십 년 전에도 살아 있었다니 꿈만 같네요 꿈만
같지만 꿈에서는
언제나 재와 잃어버린 것들의 냄새가 나지





오늘은 데스데모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데스데모나!
오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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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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