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의 실책

진흙 얼음 2010. 11. 15. 23:01

 직접 만든 참을 선물로 받았다. 두 줄 사슬에서 찰랑이는 것들은 별들과 동전("잘 모르지만 영국 동전 같아서 달았어요")과 "LOVE" 플레이트, 그리고 이니셜 S.
 "언니가 항상 절 이뻐해 주시잖아요" 응, 난 언제나 그러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판단보류다. 유보의 유보, 그리고 겨울이 깊으면 흔적도 없을 자기혐오와, 말하자면
 에고를 센터에 놓고 스위치
 에고를 센터에 놓고 스위치
 에고를 센터에 놓고 스위치
 같은 것들, 카오루를 만나고 싶다는 말에 나의 살라오는 손도 안 대고 인생을 망칠 거냐고 비난했지만, 오늘 아침 거울 보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작심하길 만나고 싶은 건 신지와 카오루의 믹스업.   
 그래도 손목에는 계속해서 새로 걸 것들이 생긴다, 엄마 생각이 나는데. 


 펜으로 종이에 글씨를 쓰면 떨릴 정도로 피곤하다, 그래도 지금부터 
 정신의 무한한 실험과 한없이 가벼운 실험정신으로
 부코우스키와 김승옥을, 김해경과 까뮈를 결합해야 하고, 
 어째서 그런 구상이었는진 기억에 없다. 말로는 뭘 못해.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와 함께 온 reader's high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 달만에 학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밤새 설탕을 녹여 당의를 단단히 입고 갔는데 저녁에는 설탕쇼크로 드러눕고 싶었다. 하루 종일 학교에 있었다, 세미나는 즐거웠지만, 
 문 닫고 살던 학과 소식들을 듣자하니 역시나 거할 곳이 아니로다. 
 십자로를 거점으로 폭풍사교에 휘말린 오후였다, 만날 사람들을 만나고 만나선 안 될 사람들까지 만나다가, 기절할 것 같은 심정으로 어쩌면 하루 만에 이렇게 온갖 사람을 다 만날 수 있는가 졸업해라 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는 기왕 이리 된 거 지도교수에게 안부전화까지 했다, 당밀의 우물에 들락거리다 당의정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실을 놓고  
 저 지금 강제종료 좀 해 주세요, 하면서 
 후배들이 학생문화관으로 끌고 가 전기장판 속에 밀어넣고 자장가 대신 노동요를 불러주는 지경까지 밀려났다. 아, 다신 학교 가지 않겠어, 생각하며 수첩을 열자니 이주엔 거의 매일 등교할 일이 있다. 
 후배가 불러준 노동요는 "I will survive" 우리의 유일한 노동이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를 윤리적인 극으로 읽겠다고 무언가 한참 말했던 것 같은데, 
 비극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 欺罔의 레토릭은 A.D.1세기 세네카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잔혹한 성정은 보다 오래 전, 에우리피데스에게서. 

 그러니 앞으로 한동안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아를 읽겠다, 오늘 했던 모든 생각들과 관계없이 드라마 언니들의 다정함을 생각했는데, 예컨대 가을내 울고 있는 내게 겨울엔 '따땃하게' 같이 셰익스피어의 코미디나 읽자고, 혹은 같이 핀터나 베케트를 낭독했던 겨울 아침들, 비 오는 날 다섯 시간을 함께 붙들고 앉아 읽었던 심한 코크니 사투리의 에드워드 본드, 또 울면서 가짜 깃털을 휘두르던 내 스패니쉬 트라저디, 뗏목 위에서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필사적으로 읽은 스토파드, 내가 이아고였던 시절... 멀리 거스르면 내가 프랭크였던 시절, 내가 저지른 피투성이 실수들을 생각하면서-마음이 산산히 부서진다고 무대 위에서 고백하였던... 동이에 불을 담아 나르던 중세의 거리극, 엘리자베스 시대 사람들의 사생활을 꼭 옆집 사람들처럼 이야기하던 언니들과 숭고하던 너의 연극적 발성, 내가 관객이길 맹세하고 맹세하던 시절, 연구실에 엎드려 울고 있으면 울지 마, 너는 베케트라고 토닥여주던, 다정함.   
 들 속에서 벗어나서, 
 내게는 혁명적인 유폐가 필요할 것을 알면서도
 쌀을 씻고 인형을 두드리고 문자메시지를 열 개씩 보내면서 유사 위에 서 있다. 내가 내 삶에 가장 래디컬했던 시절 레오 까락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리즈도 떠날 거야" 따라했는데 젊은 줄리엣 비노쉬의 눈빛만 남기고 나는 아침마다 텐스 텐스 타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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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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