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진흙 얼음 2009. 6. 1. 18:19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정말로 깨달은 것은 올해의 일이다. 다섯 해를 대개 혼자 살았는데, 나는 내가 내 살림을 혼자 꾸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모두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을 올해에 겨우 깨달았다. 이 무거움을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손도 안 댄 인생이 눈앞에 고스란히 놓여 있는데, 이상하게 막막한 기분은 없다.

반지하에서 이불을 빨아 너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처음으로 세탁소에 수거배달을 부탁했는데 깨끗하게 잘 세탁되고 건조된 이불이 돌아와서 기분이 좋다. 다시 신문구독을 신청했다. 1년 구독계약을 했기에 씨네21을 두달간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동이체가 밀려서 자격을 상실한 당적을 다시 복구하고, 물루를 안고 나가 몸이 반쪽이 되도록 죽은 털을 다 빗겨내고, 아메리카노가 2천원인 집앞 카페에 앉아 있다. 여태 근육통의 한가운데 있지만 오늘은 좋은 날이다. 어제까지 해야 했던 모든 과제들을 아직도 못 하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는 점만 빼고... 여름이 지나면 첫학기 핑계도 못 대겠지 이제.

'진흙 얼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0) 2009.06.08
셸리  (0) 2009.06.02
일주일  (0) 2009.05.30
.  (0) 2009.05.27
제목을 입력해 주세요.  (1) 2009.05.27
Posted by 별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