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헌

진흙 얼음 2010. 9. 10. 03:51


상헌: 분명히 읽었고, 갖고 있었던 시집이 왜인지 없는 거야, 그러면 생각하지, 혹 옛 연애는 아닐까...
나: 그런 식으로 옛 연인에게 받은 책들은 쌓여가고 이사를 몇 번 하고 박스에 책을 담아 내다버리면서도 그것만은 버릴 수가 없는 거야, 그게 다 뭐라고, 딱 한 줄 헌사 때문에, 혹은 그조차 없더라도.
상헌: 그렇지.
나: 그래서 팔았엉ㅋ패망한 왕국의 지폐로 바꿨다!
상헌: 찌질한 이야기가 아니잖아!
나: 근데 어떤 건 아직 버릴 수 없어. (블라블라) 라고 씌어 있어.
상헌: 응, 그건 오래 걸리겠다. 근데 내가 누구한테 그런 거 써 줬을까봐 겁나...



나: 너무 늙기 전에, 엄살이 존나 심해서 읽는 사람 얼굴이 절로 찌푸려지고, 종이가 못 견뎌서 터지고 찢어지는 그런 시 쓰고 싶어.
상헌: 응
나: 상헌도 좀 더.
상헌: 응
나: 상찌질이가 되기를.
상헌: 그래!
나: 꼭 상찌질이가 되어줘 상헌!
상헌: 여기서 더 되려면 존나 개같이 굴어야 하는데.
나: (물론.)


늘 생각한다 우리가,
체면은 버리고 존엄은 움켜쥐고 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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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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