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계란

1월 20일 생활

별__ 2015. 1. 20. 21:56

이런저런 걸 생략하고 이번 주는 밝고 맑게 맞았고, 오늘은 종일 일. c사에 급한 번역건이 있었고, 남은 시간은 인문서 샘플과 장르 리뷰를 번갈아 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도중에 h언니랑 통화로 주부생활 잡담 같은 것도 한참 하고. 실은눈 뜨자마자 렌즈 끼고 스타벅스에 달려갔는데 도중에 자리 한 번 옮기고 종일 일을 해도 안 끝나. 결국 다 못 끝낸 채로 집에 왔는데, 의지는 충만한데 몸이 안 따라준다. 일어서서 맨몸 스쾃도 하고 배우가 가르쳐 준 스트레칭도 하며 별 짓을 다 했는데 피곤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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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는데 푹 잤다는 배우의 기분이 드물게 좋아서 나도 신나는 아침이었다. 조그만 라떼 한 잔씩 나눠 마시고 각자의 일터로 갔는데 문득 착하게 살아야겠단 결심을 했다. 요 얼마간 몹시 흔들리던 마음이 며칠 사이에 결국 자연스럽게 추스러진 계기는 굳이 요약하자면 일종의 확신인데, 선한 의지는 보상받으며, 실력이 말하도록 두면 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짜라는 걸 알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번뇌에 맡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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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결심은, 마주앉은 동안에 핸드폰으로 별반 중요하지 않은 걸 꾸준히 확인하고 있는 사람, 인정욕구와 보여주기에 안달이 난 사람, 별 관심 없는 걸 자꾸 물어보는 사람에게 10분도 내주지 않는 거, 특히 몸과 마음이 고단할 땐 절대로 피하겠다는 거. 그러려면 기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에너지와 스테미너를 만들어 놔야 한단 거. 거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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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는 일이 어떻게 잘 풀릴지 모르겠는데 책이 마음에 들어서-늘 하는 말이지만 진심이다-능력치를 어떻게든 최대한 끌어내는 방법이 없나 고민 중이다. 하는 만큼 하고 아니면 걍 열심히 읽고!
작업일지는 올 들어 제대로 못 쓴 바람에 잔뜩 밀려 있다. 누구한테 인수인계 할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꼼꼼히 쓰나 싶지만. 작년엔 작업일지가 도움이 많이 됐다.
그나저나 일찍 자야 내일도 컨디션이 좋을 텐데. 이대로라면 일이 끝날 가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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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님이 특별 메뉴 만들어 주셨다. 캐비지롤! 크림 소스와 데미그라스 소스 중에 결정을 못 하고 있자니 밥이랑 요리에 각각. 집에 올 때 또 콜라비랑 귤이랑 브로콜리도 싸주시고. "(애인이) 물색없이 아무 거나 자꾸 받아오지 말라던데 ㅠㅠ" 했더니 "그럼 저도 애인을 소개시켜주세요" 하심. "저... 접때 왔던 사람들이 제가 아는 사람 전부예요. 다른 친구 없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이웃 운은 꾸준히 좋다. 메뉴 못 고르고 우왕좌왕 하고 있으면 "적당히 만들어 드릴까요?", "짝꿍은 집에 있어요?" 하는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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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 좋은 일 하나 더. 거래처 pm이 별 거 아닌 (당연한 작업에 대해) "정말 감사합니다." 해줬는데 그 말이 진심으로 기뻐서 좀 고생을 하더라도 작업을 더 잘 해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