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얼음
watching you go
별__
2011. 2. 14. 23:27
지금 필요한 이야기는 아닌데, O링으로 단단하게 묶여 있는 첫 두 학기의 핸드아웃과 과제물들을 그냥 한 번 꺼내보았다. 지나고 나면 달콤할 거라고 단언했던 그의 말대로, 나는 그 쓰디쓴 날들에서 달콤한 순간들을 가려낼 수 있다. 달콤했다. 친구들에게 깊이 실망하고, 나 자신에게는 절망한 채였다. 학관 창틀이 삐걱이는 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호세 킨테로와 엘리아 카잔의 연출노트 복사본을 한참 읽었다. 연출가들의 이름은 이제 아무 것도 아니다. 영화를 두 편 보고, 드라마를 몇 편 봤고, 또 연극을 한 편 봤다.
엘리아 카잔이 스텔라에 대해 쓴 노트들을 옮겨둔다: "그녀는 외부 세계로부터의 침입을 원치 않는다. 그녀는 약에 취했고, 무력하다. 그녀는 성적으로 무감하며, 하루 종일 그 무엇도 시도하지 않는다. 그녀는 빈둥거리며 머리나 손톱을 다듬거나 옷을 고치고 자신은 식사를 즐기지 않음에도 스탠리의 저녁을 차려놓고 기다린다. 그녀는 삶에서 어떠한 다른 의미도 원치 않는다. 임신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녀는 밤낮 스탠리와 함께이며, 그녀의 관심사는 스탠리를 위해 더욱 더 예쁘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뿐, 밤이 될 때까지 그저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최면상태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 속에 산 채로 묻혀 있다. 그녀는 반쯤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녀는 몽롱한 눈으로 거의 앞도 보고 있지 않다. 그녀는 간지럼 타는 아이처럼 부단히 웃다가 간지럼이 멎는 순간 돌연히 웃음을 그치고 직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즉 기분 좋게 약에 취한 어린아이처럼. 그러니 그녀에게는 최면에 관계된 모든 일을 주어야 한다."
일 주일 내내 취해 있는 동안 폴은 몇 가지 명언들을 남겼다:
1. 아침에 일어나서 켜면 이유없이 HP 떨어져 있는 다마고치 키우는 기분이다.
2. 침대에서 일어나기 그렇게 싫으면 그냥 침대 타고 나가서 친구랑 따뜻하게 이불 덮고 놀지 그러니.
3. 홍대에 <바닥>이라는 바 있던데 거기 가서 살아라.
극장 앞에서 만난 옛 지도교수는 복학하냐고 물었고, 등록금이 마련되면요, 하고 얼버무렸다. 내게는 일 주일 간 아무런 아웃풋이 없었다. 들어온 원고는 아무 것도 없었고 나는 일기 한 자 쓰지 않았다.
침대에만 누워 있는 동안 미칠 노릇들이 지나갔다. 등록금이 마련되면요, 로 시작해, 내가 이렇게 짓밟혔습니다, 로 끝났다. 그 사이에 주워모은 것들을 말이 되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일 주일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고 지금은 책상에 등정했다.
하루 쉬었다.
조수간만의 경사가 내 병이라면, 그러므로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