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얼음
peggy gordon, or alfred prufrock
별__
2011. 1. 10. 06:40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T. S. 엘리엇
만일 내 대답이 지상으로 다시 돌아갈 사람에게 하는 것이라고 내가 생각한다면, 이 불꽃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들은 바가 사실이라면 이 심연에서 살아 돌아간 자가 없으므로 나는 불명예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에게 답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갑시다, 당신과 나
저녁이 하늘을 향해
테이블 위 에테르에 마취된 환자처럼 늘어질 때
갑시다, 절반쯤 폐허인 거리들로
싸구려 여인숙의 초조한 밤들과
굴껍질 투성이의 톱밥 투성이 식당들의
중얼거리는 뒷골목을 따라
음흉한 의도의
지루한 논쟁처럼 늘어지는 거리는
당신을 압도적인 질문으로 인도할 겁니다...
오, 묻지 말아요. "이게 뭐지?" 하고.
우리 가서, 그곳을 방문합시다.
방 안에선 여자들이 돌아다니며
미켈란젤로를 이야기한다
유리창에 등을 문지르는 노란 안개
유리창에 주둥이를 문지르는 노란 연기가
저녁의 구석구석을 혀로 핥고
수채에 고인 웅덩이 위에 잠시 머물다가
등으로 굴뚝에서 떨어진 검댕을 맞고는
테라스 옆으로 빠져나가, 갑자기 한 번 펄쩍 뛰고
부드러운 시월 밤인 것을 알고는
집 주변에서 몸을 말고는 잠들어 버린다.
그리고 분명히, 시간은 올 것이다
거리를 미끄러져 나가는 노란 연기가
유리창에 등을 문지를 때
시간은 올 것, 시간은 올 것이다
당신이 만나는 얼굴을 만날 얼굴을 준비할 시간
살인과 창조의 시간이
당신의 접시 위에 질문 하나를 들어다 놓는
모든 일들의 시간, 손들의 나날.
당신의 시간이, 나의 시간이,
무수한 망설임의 시간이,
무수한 몽상과 수정의 시간이,
토스트와 차를 마시기 전에.
여자들이 돌아다니며
미켈란젤로 이야기를 하는 방 안에서
그러니 분명히, 의아해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내가 감히?", 또 "내가 감히?"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올 시간
내 뒤통수 한 가운데 머리가 벗겨진 자국
[그들은 말하리라: "저이 머리숱 적어지는 것 봐!"]
내 모닝코트, 턱께 단단히 채워진 내 칼라
화려하고 수수한, 그러나 단정한 핀으로 강조한 내 넥타이
[그들은 말하리라: "하지만 저이 팔다리가 가느다란 것 좀 봐!]
내가 감히
우주를 뒤흔들어도 될까?
조만간에 올 것이다
한 순간 역전될 결심과 수정의 시간
나는 모든 것을 이미, 모두 알았으므로,
저녁과 아침, 오후를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삶을 커피 스푼으로 계량했다
멀리 있는 방에서 음악에 뒤섞여
잦아드는 목소리를 나는 안다
그러니 어떻게 내가 마음먹겠는가?
그리고 나는 이미 알았다 그 시선들을, 모두 알았다--
당신을 형식화된 문구에 고정시키는 그 시선을
그리고 핀에 꽂혀 펼쳐져 형식화되었을 때
내가 핀에 꽂혀 벽에서 파들거릴 때
그러면 내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내 생애와 습관의 모든 꽁초들을 뱉어내기를
내가 어떻게 마음먹겠는가?
그리고 나는 그 팔들을 이미 알았다, 모두 알았다--
팔찌를 낀, 벗은 흰 팔들을
[그러나 등불 속에서는 엺은 갈색 털들이 드러난다]
나를 이렇게 어지럽히는 것이
드레스에 묻은 향수인가?
테이블 위에 놓인 팔, 숄로 감싸고 있는 팔
그럼 이제 내가 마음을 먹어야 하는가?
그러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말할까, 황혼녘 좁은 거리로 나서서
셔츠바람으로 창가에 기댄 외로운 남자들의
파이프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보았다고?
나는 고요한 바다의 밑바닥이나 기어다니는
한 쌍의 집게발이나 되었어야 한다
그리고 오후, 저녁은 너무나 고요하게 잠든다!
길다란 손가락의 어루만짐을 받으며
잠들었고... 피로하거나... 꾀병을 부리고 있다,
바닥에 누워서, 여기 당신과 내 옆에서.
내가, 차와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이 순간을 위기로 끌어올릴 힘을 가져야 할까?
그러나 내가 울고 단식하고, 울고 기도했더라도,
내가 [점점 벗겨져 가는] 내 머리가 접시 위에 놓인 것을 보았더라도
...
나는 예언자가 아니다--그리고 대단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내 위대성이 점멸하는 순간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영원의 하인이 내 코트를 집어들고 낄낄 웃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한 마디로, 나는 두렵다.
그러니까 내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는 했던 걸까,
컵과 마멀레이드, 차 다음으로
도자기들과, 당신과 나에 대한 몇 마디 잡담들 속에서
그게 가치롭긴 했을까
문제를 웃음으로 씹어삼키는 것
우주를 단 하나의 공으로 압축했던 것
그것을 어떤 압도적인 문제에게로 굴리는 것
말하는 것, "나는 라자러스, 망자들 속에서 살아나,
모든 것을 말해주러 돌아왔다, 내가 모든 것을 말해주리라"--
만약 그녀가 베개를 머리맡에 놓으며
말한다면, "이건 내가 의도한 게 아니예요.
그건 이게 아니예요, 조금도."
그러니 여기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긴 한가
이게 가치있는 일인가
일몰과 앞뜰과 물을 뿌린 거리를 지나
소설과 찻잔과 바닥에 끌리는 스커트를 지나
이것, 그리고 이보다 더한 것?--
다만 내가 의도한 걸 말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마술환등이 스크린에 신경을 모양지어 건 것처럼
여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만약 그녀가, 베개를 놓거나 숄을 벗어던지고
창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한다면:
"그건 이게 조금도 아니예요.
이건 내가 의도한 게 아니예요, 전혀"
...
아니다! 나는 햄릿 왕자가 아니고 그럴 작정도 아니었다!
나는 수행 귀족이다, 다만 행차를 융성하게 하고,
한 두 장면을 시작하며
왕자에게 조언이나 하는 것, 의심의 여지가 없이 만만한 도구.
공손하고, 심부름을 즐겨 하며
분별있고, 조심성 있고, 소심한,
호언장담이야 하지만 약간 둔한,
그리고 때때로, 분명히, 거의 우스꽝스러운,
대개는, 때때로, 어릿광대.
나는 늙어간다... 나는 늙어간다...
나는 바지 밑단이나 접어 입어야겠다.
내 머리카락이 다 빠질까? 감히 복숭아를 먹어도 될까?
나는 새하얀 플란넬 바지나 입고 해변가를 걸어야겠다.
인어들이 서로에게 노래해주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그들은 내게 노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파도를 타고 바다를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흑백으로 물이랑을 일으킬 때
파도의 하얀 머리칼을 빗질하면서
적색과 갈색의 해초로 장식한 인어들 옆에서
우리는 바닷속의 방 안에 남을 겁니다
인간의 목소리가 우리를 깨우고, 우리는 익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