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microdynamics

별__ 2020. 12. 6. 03:22


월요일엔 요가매트 깔아두고 요가를 했고 화요일엔 천변 달리기를 했다. 수요일엔 자전거를 타고 (<모비 딕>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고 목요일엔 도심 달리기를 해봤다. 금요일엔 수영장에 다녀와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다. 토요일엔 또다시 천변 달리기를 했다. 활력에 들뜬 사람 같겠지만 사실 건강해지고 싶은 것과 불건강의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은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지난 주까지 앓았는데 과로가 너무 심해서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아 간기능 검사를 제발로 받으러 갔었다. 앓는 동안에 두 가지가 무척 마음에 걸렸다. 첫째는 항상 아프고 아픈 게 당연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 나를 무기력과 불건강 속에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둘째는 나조차도 강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내 신체보다는 마감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이고. 그러니까 이번 주 내내 열렬히 움직였던 건 사실 내가 아프기 싫어서가 아니라 아픈 사람들에게 붙잡히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 체력에 비해 운동량이 많아 당연히 피곤한데, 다른 쪽으로 피곤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 정신적으로 지친 채로 정신적으로 지친 사람들의 감정을 받는 것보다 근육통을 느끼는 게 낫다.

<파친코>를 다 읽었고 <모비 딕>을 읽고 있다. 이 책이 당분간 안 끝났으면 좋겠다. 거리두기 강화로 북토크는 결국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될 것 같다. 물론 나는 온라인 행사를 좋아하진 않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 있는 케이 템페스트 온라인 토크 티켓을 신청해 뒀는데 시차 계산을 얼마나 잘못한 건지 내가 생각했던 새벽 1시가 아니라 6시다. 잠시 후까지 깨어 있을 수 있을까, 그게 잘하는 일일까.

오늘 5분대 초반의 페이스로 달리면서 별로 힘들지가 않아서 내일 또 가벼운 달리기를 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리통이 시작되어서 아무래도 쉬어야 할 것 같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주말에 일의 큰 덩어리를 쳐내야 하고, 그럴 계획이었는데, 아마 내일도 반나절은 허리를 붙잡고 누워서 <모비 딕> 읽을 것 같다.

큰 줄기는 변하지 않고 그 줄기를 따라가는 잔가지들의 양상은 계속 변한다, 그냥 그렇게 살면 될 것 같다. 화 내지 말고. 지난 주에는 화 나는 일이 많았다. 그런 것치곤 아주 조금 냈다. 이번 주엔 별로 없었다. 달리는 동안이나 수영하는 동안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골목의 빈틈으로 길게 오후 볕이 스미는 가운데 빌리 홀리데이 들으며 자전거를 탄 날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