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얼음

jul 29

별__ 2009. 7. 29. 08:22


게스트하우스에서 4차원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것 참, 익숙하고 반가운 별명이로세.
전날 못 찾은 스타벅스를 찾아 걸어갔지만 또 실패, 그러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과 테이트 모던 갤러리가 대신 얻어걸렸다. 둘다 도미토리에서 아주 가깝고 템즈강변에 있다.
글로브 극장에 갔지만 티켓은 사지 못했고 씨어터 샵에서 후드집업을 샀다. 춥기도 추웠고, <All the World's a Stag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의 대사다. 드라마 스튜던트를 관둘지 말지 고민하는 지금, 일단 이거나 입고 영국의 추위에 맞서야지. 세상은 무대니까.
무척 춥다. 전공 바꾸는 문제를 출국한 다음으로 미루고 있었는데, 한번 더 미뤄야겠다. 스코틀랜드에 가서 생각해야지.

낮에는 채링크로스 쪽으로 갔다.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네 개의 반석들 중 하나는 매년 시민들이 뽑은 올해의 미술품을 올린다고 했는데 - 영국문화원에서 배웠다 - 사람들이 계속 올라가서 메가폰을 들고 뭐라고 외치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긴 힘들었고.
내셔널 갤러리와 내셔널 포트레잇 갤러리에 갔다. 이 시점 즈음 나는 런던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 갤러리들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별도의 지면에서... 내셔널 포트레잇 갤러리의 <게이 아이콘> 전시는 한국에서도 벼르고 있었던 건데 여기서도 크게 광고를 많이 하고 있더라. 그냥 좋았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유명하고 멋진 사진을 봤다. 관객들의 팔할은 외관상 게이처럼 보였고, 갤러리 샵에서 <게이 아이콘>과 <프라우드>라고 적힌 버튼을 샀다. 
이 동네 뮤지엄 샵들은 나 같은 아이들의 주머니를 털어먹으려고 만들어진 것 같다. 갖고 싶은 것들이 아주 많다.

피시 앤 칩스를 먹고 잠깐 '세실 코트'라는 고서점 거리에도 들렀고, <포일즈>에 가서 필요한 책을 다 샀다. 아래는 구입한 책 목록.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뮤리엘 스파크 - Driver's Seat
John McGrath - 희곡집 
James Kelman - Grayhound for Breakfast
(여기까지는 내가 포스트 모더니즘 세션을 위해 읽어야 할 책들 중 한국에서 살 수 없었던 것들이다. 다 샀다고 생각했는데, 리스트를 만들다 보니 한 권을 덜 샀다)
그밖에는 Pen Pushers 라는 저널 한 권을 샀고, Oxfam에서 출판한 소설집들 중 한 권에 지넷 윈터슨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기에 그것도 구입.  

<포일즈>를 찾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했기 때문에, 옥스포드 스트릿에 있는 <Fopp>를 찾다가 너무 피곤해 도중에 돌아왔다. 이미 밤. 코스트커터에서 간식을 샀다.




 템즈강변. 핸드폰 카메라는 약간 디재스터.



 강변에서 기뻐하는 나. 내 뒤로 보이는 게 글로브 극장이다.


 워털루역으로 추정되는 곳의 뮤지션. 내가 들른 거의 모든 환승역에서 이같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날 처음 만나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구나, 영국에선 환승통로에서 연주해도 브릿팝이구나;

 

 채링크로스 역


 채링크로스 역에서 신문을 파는 아저씨. 저 자세로 밀랍인형처럼 멈춰 있다가 누가 사진을 찍고 지갑을 꺼내면 얼음 땡 하고 신문을 판다.



 다시금 디재스터. 트라팔가 광장. 넬슨제독의 전신상 등등이 있다.


  각각 길에 그림 그리는 사람과 이브닝 스탠더드 파는 가판대. 



 가계부는 추후에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