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06 독서

별__ 2014. 12. 6. 04:43

자연사 논픽션은 원래 내 독서 목록엔 없었는데, 지난 번 <로미오라는 이름의 늑대 a wolf called Romeo> 가 참 좋았고, 오늘은 밤에 자리에 누워서 <달팽이 안단테 the sound of a wild snail eating> 를 읽었다. 어마어마하게 좋은 책이다. 달팽이가 버섯을 갉아먹은 자국은 작은 빗으로 빗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하고, 그애들은 사랑을 나눌 때 은색의 작은 침으로 서로를 찌른다고 한다. 달팽이는 미끈미끈한 점액질 때문에 자신의 수천 배나 되는 무게를 일시적으로 버틸 수가 있는데,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려 있는) 작가가 한밤중 부엌에서 실수로 민달팽이를 밟는-그리고 달팽이는 개의치 않는-장면을 읽다가 우리가 복족류처럼 진화할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정말로 울 뻔 했다. 세 번 더 읽을 거다. 그리고 내년에는 꼭 달팽이를 한 번 만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