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7
누구 뺨을 후려치는 꿈을 꿨다. 생판 모르는 여자였는데 모르는 사람이 꿈에서 해도 싫은 짓이 있다. 아무튼 때릴 기회를 꾸준하게 엿보았고 꿈이 끝나기 전에 때리는 데도 성공했다. 조금 아쉬운 때림이긴 했는데 어쨌든, 때린 다음엔 이렇게 물었다. we're cool?
모르는 여자가 대답했다. cool-cool-cool.
이건 깨 있을 때 y와 내가 하는 말이다.
꿈에서, "괜찮아요, 내가 여기 출신이라니까. 난 여기를 다 알아요." 하고 말하는 순간 눈 앞에 "북쪽 노란 고양이역" 이 나타났다. 꿈에서도 그게 우스웠다. 나는 먼 옛날에 좋아했었다고 믿는 상대와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둘 다 필사적으로 이제 상호간에 아무런 남은 감정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확신시키는 태도를 취하면서 걷고 있었다. 내가 막 몽골과 이란에서 돌아온 참이었는데 상대는 출장지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마 전에 다녀왔어요, 자주 방문해요' 하는 바람에, 부가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어렵고 불편한 꿈이었다.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결국 '가족과 다녀왔느냐' 묻자 상대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서 얼굴이 엄청나게 빨개졌는데 왜 꼭 여기서 우리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서로 확인시키는 대화를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초조하고 불쾌해지는 동시에 부지불식간에(꿈에서 하는 모든 동작은 부지불식간이다) 왼팔을 뻗어 상대의 허리에 두르며 "등대로 데려가겠다" 고 했다. 허리의 오목한 부분에 손이 닿자마자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 일어나서 등대 생각을 했다. 예전에 고향이었던 곳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곳.
북쪽 노란 고양이역은 회성동쯤에 있었다. 이 도시를 떠나려면 합성동으로 가면 되는데 그 대신 나는 산호동 쪽으로 가자고, 등대를 보러. 산호동이라는 이름은 꿈 속에서 가장 밝고 깨끗했다. 꿈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