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얼음
헌사와 함께
별__
2010. 11. 14. 01:12
what you said:
내가 옛날에 만에 하나라도 소설을 쓴다면 이런 걸 써야지 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완전 별 서사라서 별한테 저작권 초상권 지불해야 쓰기 시작할 수 있겠다...
독창성이 없어서 표절 및 오마쥬 잔치 같은 이야긴데
배경 87년이고, 별은 서울 고지대의 지하가 있고 복층에 가까운 다락이 있는 낡은 목조건물에서, 무정부주의와 히피문화에 경도된 대학생들이 만든 공동체적 연극서클에 몸담았다가 미친 어머니랑 살지.
어머니는 원래 미술하던 사람인데 거기 들어가서 무대미술도 하고 기타 치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췄고, 어린 별이랑 살면서는 별한테 그 모든 걸 쏟아부었지
그래서 집은 색색의 유리와 천과 종이와 셀로판지로 지하부터 다락까지 장식되어 있고, 꽃과 덤불과 새와 하드보드지로 만든 집이 있으며
어렸을때부터 어머니는 나무로 된 마루바닥에 나란히 누워
별에게 잡히는대로 미하엘 엔데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건 다 읽어줬고
나이가 좀 든 뒤로는 번갈아 읽었는데
조금 더 든 뒤로는
벽이 없는 이 집 가에 스칼렛오하라의 드레스 같은 천을 쳐놓고 연극을 했는데...
별은 왕자님 역이다
왜냐면 사실 남자애였는데...
이런 어린 시절이 있었고 별은 집 밖에 나간 적이 잘 없음
어머니는 자주 겁에 질려있고 불안에 떨고 별이 집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해
창문은 모두 검은 종이로 막혀있지
집안에는 벽을 전부 허물어서 기둥 뿐...
어머니는 커다란 타자기를 놓고 간단한 번역이나 윤문을 하는데 그걸로는 먹고 살 수 있을리 없으며 종종 본 적없는 예쁜 차림으로 나갔다가 많은 물건과 단 것을 들고 돌아와
별은 그런때나 어머니가 며칠씩 잠들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굴다가 폭면하는 때 창문을 넘어서 나가는데 거기서 남자애 하나를 만나고...
스무 살 쯤에는 집의 모든 화려한 것들이 색이 바래고 먼지가 쌓이고 부서져가는데
그 남자애는 명동성당의 청년회에 있으며 거사를 계획하는 중이지
별네 집에 등사기를 갖다놓고 삐라를 뽑아
남자애가 서툰 화술로 사람들이 더이상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별이 타자기로 혁명이라고 치는...
그러다 다 망하는 이야기를 생각해봤다
어린시절과 스무살의 배경은 각각 87년 초봄과 여름이고
마지막에 바깥에선 유월혁명이 한창일때
별은 무너지는 집 안에서 커텐 뜯어 두르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나레이션이라도 하며...
뭐 이런...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별이라고 생각하자마자 이미지가 너무 막 떠오른다
(까마귀 기르기의) 비소 장면에서 더욱 감동했던 게
사실 상상한 장면 중에 그런게 있었다
주인공이 어렸을때 만난 남자애랑 물에 타면 보라색이 되고 포도맛이 나는 가루를 독약이라고 부르면서
물에 타서 반잔씩 나눠마시고 해질녘 흙 위에 누워...
아아 소녀여... 별이 그러고 살았다면 내가 2차창작으로 도피할 필요가 없을뻔 했는데...
(응, 역시 그러고 살고 싶은데, 자기 삶보다 마음에 드는 대체서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