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얼음

블루칼라 폴 일대기

별__ 2010. 12. 12. 02:56

 휴가를 우리집으로 온 톳과 블루칼라 폴, "예쁜 옷을 입고 누워 있는 아픈 엄마" 별의 러닝타임 한 시간 반짜리 폭풍소꿉놀이 대본. 난 대배우는 못하지만 대연출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소꿉놀이 존잘이니까. 근데 우리 모두 존잘이어서 결국 디킨스에 버금가는 대작 탄생;


 배경은 테네시의 어느 작은 마을, 예쁜 옷을 입고 늘 이층의 덧문을 걸어잠그고 누워 있는 아픈 엄마 스텔라 (별 분), 큰아들 폴 (폴 분), 작은아들 조지 (톳 분)는 쇠락한 이층집에 함께 살고 있다. 언제나 편두통에 시달리는 이기적인 스텔라는 언제나 "너희들은 엄마 생각은 조금도 안 하는구나" 라는 말을 달고 살고 조지는 언젠가 보스턴으로 가서 연예인이 될 거라는 허황된 꿈에 젖어 산다. 이 집의 실질적인 가장은 배관공이나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수줍은 큰아들 폴 뿐이다. 

 스텔라는 브랜디에 중독되어 있고 커튼의 열고 닫힘에 극도의 신경을 기울이지만 가끔 기분이 좋아지면 예쁜 옷을 입고 마을로 나간다. 마을 사람들은 스텔라의 젊은 시절을 기억한다. "우리 동네 술집에 킴(스텔라의 처녀 시절 이름)처럼 화끈한 웨이트리스는 없었지" 킴은 열아홉살 때 술집에 들린 마도로스와 사랑에 빠져 먼 곳으로 사라졌다가 돌아올 때 폴을 배고 있었다. 돌아와 성품이 고요한 은행원 헨리와 결혼해 이 집을 짓고 폴을 낳고 행복하게 살지만 헨리는 곧 지병으로 사망한다. 그 후 교회 앞에 버려진 아이 조지를 데려온다. 조지는 고급 배냇저고리를 입고 있고 저고리엔 금실로 georges라고 수가 놓여 있다. 

 "보스턴으로 갈 거야" 가 조지의 주요 대사다. 조지는 마을 처녀들과 시시덕거리거나 시시한 마술 쇼를 하는 것이 일인데, 이러한 성정이 스텔라와 보다 어울린다. 스텔라가 (예쁜 옷을 입고) 누워 있으면 조지는 능글거리며 깃털 부채로 스텔라에게 부채질을 하고, 그럴 때마다 폴은 묵묵히 잡일을 하고 마당의 풀을 뽑고 자전거를 고친다. 조지는 말한다. "형과 나는 출신이 달라, 언젠가 부자 부모가 나를 데리러 올 거라구" 조지는 정말 그렇게 믿고 있다. 

 폴은 단 한 번 이 마을을 떠나본 적이 있었다. 피아노를 고치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 휘황한 도시의 풍경을 그는 평생 잊지 못한다. 그는 돌아오기 전 가족에게 줄 선물을 사느라 사탕가게에 들린다. 사탕가게 아가씨의 친절한 말에 그는 수줍어 거의 입을 열지 못하고 다만 손으로 가리킨다. 사탕이 들어 있던 캔에 그는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었다. 언젠가 스텔라와 조지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날 먼 곳으로 떠나기 위한 자금이다. 

 사는 것은 점점 고통스러워진다. 스텔라는 더욱 더 자주 술에 취하고, 집시에게서 물건을 잔뜩 사들인다. 조지가 사라진다. 그는 보스턴으로 간 것이다. 그 동안 스텔라는 길에서 고양이를 주워오고 제롬(물루 분)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제롬은 아무데나 오줌을 싸지만 스텔라는 불평뿐이고 치우는 것은 물론 폴의 몫이다. 조지가 사라진 후 폴은 사탕통에 모을 여분의 돈이 없어서 (그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어긋나는) 더러운 일에 손을 댄다. 즉 마을의 투견장에서 망을 보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타락했다고 생각한다. 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는 벽에 구멍을 뚫고 사탕통을 숨긴 다음 그 위에 리타 헤이워스의 포스터를 붙인다. 

 돌아온 조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헤이, 엄마, 웬 고양이야?" 하고 유쾌하게 웃는다. 그는 낸시라는 지푸라기 색 머리카락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못생긴 여자애를 달고 왔다. "낸시예요, 돌리라고 불러도 좋아요." 스텔라는 낸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낸시 역시 마찬가지다. 저녁 식탁에서 낸시는 큰 소리로 조지에게 "나중에 이 집은 자기가 물려받는 거지?" 하고 묻는다. 그러나 이 집을 물려받는 건 아마도 폴이다. 낸시는 의도적으로 폴에게 접근하고, 폴은 당황해 어쩔 줄 모르지만 그는 독실한 프로테스탄트 신자이므로 밤마다 자신의 불경한 욕망에 대해 신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낸시는 어느 날 폴이 일하던 투견장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큰주먹 지미"와 함께 사라진다. 스텔라는 계단을 내려와 단 한 마디 한다. "시끄러운 계집애가 사라지니 훨씬 좋구나"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폴만 빼고. 

 어린 시절엔 모든 것이 이렇지 않았다, 폴은 회상했다. 둘은 일요일에 나들이옷을 입고 머리에 라드를 바르고 교회에 가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스텔라는 아이들을 극장에도 데려갔고, 폴에게는 피아노를 가르쳤다. 어린 시절부터 폴은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다. 함께 캐치볼을 할 아버지는 없었으나 씩씩하게 잘 자랐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스텔라는 알코올 중독이 되었고 조지는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느 날 폴의 방에 조지가 놀러왔다가 리타 헤이워스의 포스터를 보고 "오, 형, 이런 취향이었어? 리타 헤이워스라니, 내게 더 좋은 게 있지. 하지만 내 여자친구 릴리 루에겐 비밀로 해 줘, 그녀는 정말 끝내주거든" 하고 무심코 한 마디 던지는데, 폴은 안절부절 못하며 조지가 돌아간 후 사탕통을 침대 아래에 숨긴다. 폴이 외출한 동안 스텔라의 방에서 제롬이 사라진다. "제롬, 어디 있니? 침대 밑에 숨었니?" 폴의 침대 밑을 헤집던 스텔라가 사탕통을 발견한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꺼내 새로운 사슴가죽 구두를 사러 간다. 오랜만의 외출이다. 돌아온 폴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빈 사탕통을 발견하고, 마침 이 때 새로 산 자켓을 입고 휘파람을 불며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어, 도박에서 한 탕 했거든" 하며 돌아온 조지의 멱살을 잡는다. 조지는 영문도 모르고 분노한 폴의 주먹에 맞는다. 돌아온 스텔라가 불평한다. "너희들은 늘 주먹다짐만 하고, 엄마 생각은 조금도 않는구나" 잠시 폴의 시선이 스텔라의 새로운 구두에 머무른다. 그는 힘없이 조지의 멱살을 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조지는 뒤에서 소리친다. "형, 내게 왜 이러는 거야, 형에게 주려고 은색 박차도 사 왔다고. 진짜 카우보이가 쓰던 거야!" 

 스텔라가 사라진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단 한 번 휘갈겨쓴 카드가 온다. "안녕 아들들? 여기 캘리포니아는 햇살이 끝내준단다.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야, 너희에게 제이크와 자니, 빌리를 소개시켜 줄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앗, 자니가 서핑을 하러 가자고 날 부르는구나. 그는 정말 캘리포니아의 햇살처럼 핫해. 맨디로부터" 처음 보는 이름으로 사인한 카드에는 비키니를 입고 머리를 밝게 물들인 스텔라의 사진이 동봉되어 있다.(야자수를 배경으로) 조지는 카드를 흘낏 보고 휘파람을 불면서 카드를 식탁 위에 던져놓는다. "그녀는 잘 지내고 있군" 폴은 알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사탕 통에 다시 돈을 모으고 있다. 

조지도 사라진다. 그는 보스턴으로 간 것 같다. 폴은 체념하고 혼자 살아간다. 삼 년 정도. 그는 여전히 털투성이의 살찐 제롬에게 적응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배관을 수리하고 피아노를 조율하고 돌아와 소시지 요리를 하면서 제롬에게 한 조각 던져준다. 둘은 그럭저럭 동거 중이다. 폴은 주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 발치에서 배부른 제롬이 가르릉거린다. 재개발을 하고 리조트를 짓는다며 폴에게 협상을 제안하지만 폴은 관심이 없어 거절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스텔라와 조지가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집을 지킨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정말로 그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깊이 생각하진 않는다. 

조지가 돌아온다. 중절모에 도회적인 흰 수트 차람이다. 멋쟁이가 된 조지를 보고 그는 평화가 끝났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조지는 의외로 순한 눈빛이다. 그는 연예인이 되려는 꿈을 포기하고 보스턴에서 무역중개업을 했다고 한다. "캡틴을 만나서 처음에는 사환으로 일하다가 그분이 날 알아보는 바람에 고속 승진했지. 우리는 바나나를 수입하고 향수를 팔았어" 그는 마을 사람들과도 잘 지낸다. 펍에서 무용담을 들려주면서 그는 "예전엔 제가 철이 없었죠" 하며 웃는다. 그러나, 이따금 폴은 모두가 잠든 밤 검은 그림자 몇이 집 근처를 수상하게 배회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조지가 도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실은 그는 도시에서 마약에 손을 뻗었고 마피아 조직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흉한 죽음이라 마을 사람들도 등을 돌린다. 간신히 조지를 수습하고 안정을 찾으려던 폴에게 부유한 스위스인 갑부 부부가 찾아온다. "조지를 찾느라 평생이 걸렸어요" 알고 보니 조지는 정말로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세례명은 조르쥬. 그는 음모에 의해 버려졌고, 그를 애타게 찾아 헤매던 진짜 부모는 요트를 몇 척이나 소유한 재벌로, 보스턴에서 그와 소식이 닿았다. 그러나 이미 조지는 죽었다. 그의 죽음을 알고 난 다음 갑부는 싸늘하게 돌아서다가, 잊었다는 듯 돌아서서 폴에게 거액의 수표 한 장을 건넨다. 폴은 그들이 나간 현관문을 한참이나 노려본다. 그는 어쩌면 그 부부가 조지 대신 자기를 데려가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는 수표를 사탕통에 넣고 그것에 대해 잊어버린다. 

세월이 지나갔다. 단골 펍에서는 여전히 반 년에 한 번씩 폴에게 피아노 조율을 맡기지만, 폴은 어느 순간 이제 아무도 그 피아노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야흐로 전자기타의 시대가 온 것이다. 거리를 걸으며 폴은 이방인처럼 느낀다. 

제롬이 죽는다. 폴은 그를 뒷마당에 묻으며 조금 운다.

폴에게는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빌리는 읍내 바의 호객꾼으로 능글맞지만 악인은 아니다. "형도 재미 좀 보고 살라구" 하면서 빌리는 폴에게 여자를 소개시켜 주지만, 빌리도 사실상 쑥맥이어서, 그가 소개시켜 준 여자 매기는 세탁소에서 일하는 조용한 여자로 폴과 잘 어울린다. 폴과 매기는 조용한 데이트를 즐긴다. 폴은 의외로 관계를 잘 리드한다. 둘의 관계는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끝이 나고, 매기는 하급 공무원과 결혼한다. 폴은 거리를 걷다가 행복한 두 사람을 일별하는데, 매기의 남편이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을 얼핏 한다. 

텔레비전을 보던 어느 일상적 저녁, 뉴스에서 스위스 재벌의 파산을 알린다. 폴은 잠시 사탕통 속의 수표를 떠올린다. 이제 그것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그는 애써 잊기로 한다. 텔레비전을 끈다. 

시간이 흐른다. 폴은 평범하게 늙어간다. 친구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는다. 가끔 교회 앞마당의 천진한 아이들을 멍하게 시켜보는 날들이 있다. 그는 자기 방 침대에서 지병으로 죽는다. 그가 죽은 후 한참 후에야 마을 사람들이 그와, 그의 사탕통을 발견한다. 처음에 그들은 사탕통에 모인 돈을 폴의 장례비로 쓸 계획을 가지지만, 폴이 죽은 지 오래되어 이미 수습할 시신도 없다. 결국 그들은 사탕통에 모인 돈을 자기들끼리 나눠 가진다.

끝. 



Trivia

* 등장인물의 이름들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비틀즈의 멤버 혹은 그 친지들의 이름이다: 폴, 스텔라, 조지.

* 폴의 시체는 집째 태워진다. (그리고 그 자리엔 리조트가 세워진다) 

* 스텔라는 방물장수 집시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 

* 스텔라의 첫 남편이었던 마도로스는 자신을 선장이라고 속였지만 사실은 평범한 선원이었고 그것이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다. 

* 스텔라의 병은 사실 간단한 에어로빅으로 나을 수 있는 만성 운동부족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그녀는 햇빛과 서핑에 의해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고 네 번 정도 결혼했다. 

* 폴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 비록 그가 웨스트 버지니아 출신은 아니었지만.

* 스텔라는 집시에게서 산 '행운의 항아리'를 항상 머리맡에 놓아 두고 잤다. 폴의 피아노를 팔아 스텔라는 이 행운의 항아리와 무거운 산호 목걸이를 샀다. 

* "바나나를 수입하고 향수를 팔았다" 드립은 <하오의 연정>에서 오드리 햅번의 대사다. 

* 스텔라는 계절마다 커튼을 바꾸고, 크리스마스에는 모두를 동원에 오직 자기 방만 꾸민다. 어떤 해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해 집을 뺀 유일한 재산인 포터를 팔기도 했다. 

* 포터를 팔기 전 폴은 야채장수였던 적도 있었다. 

* 조지는 말은 잘 하지만 실제로 집에서 하는 일은 스텔라를 안마하는 것 뿐이다. 심지어 조지의 방 쓰레기통도 폴이 비웠다.

* 젊은 시절 킴(스텔라)의 명성: "그녀의 춤솜씨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사내놈들 열 명이 달라붙어도 그녀 하나를 감당할 수가 없었어" 

* 스텔라가 캘리포니아에서 보낸 카드에는 모브색(중요) 립스틱 자국이 찍혀 있다. 

* 조지의 요트재벌 친부모에게는 다른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헨드릭으로 진짜 도시의 수트를 입고 찾아왔지만 폴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 빠진 장면:
 (저녁 식사)
 스텔라: 매일 얼어붙은 완두콩 뿐이잖아?
 폴: (빡침, 스텔라의 브랜디 병을 던져 깬다) 불평할 거면 닥치고 꺼져요.
 조지: 형, 이 사슴고기는 어떻게 된 거야?
 폴: 로드킬 당한 거다! 

 그러나 위 장면은 폴의 캐릭터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삭제되었다.  



 모든 것의 발단: 예쁜 옷을 입고 아픈 엄마처럼 누워 있는 별을 톳이 열심히 안마해주고 있는 걸 보면서 폴이 한숨을 쉬며 청소를 시작함


 원작자들이 뽑은 베스트 드립:

1. "낸시예요, 돌리라고 불러도 좋아요."
2. "진짜 카우보이가 쓰던 거야!" 
3. "엄마 생각은 조금도 않는구나!" 
4. "큰주먹" 지미 
5. 제롬을 연기한 물루의 명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