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얼음

농담

별__ 2010. 8. 26. 15:39


내일은 내 생일이고, 가을 졸업식이다. 내가 좋아하는 07 희선이 내일 학부 조기졸업을 한다. 대학원 친구들과 점심 먹으면서 내일 그 애에게 꽃을 줄 거라고 이야기하자, 네 생일인데 꽃을 받아야지 왜 꽃을 주냔다. (니네들이 나한테 꽃 주면 되지?)
"생일은 살아만 있으면 매년 오는데 졸업은 쉽게 하기 힘들잖아. 니들도 학부 졸업식이... 인생의 마지막 졸업이었던 걸로 밝혀질지 몰라."
"너도 내일 생일이 마지막 생일일지도 몰라."
"그치."

"그런데 그런 농담을 하냐."
"미안해."
"살고 죽는 농담을 하면 안돼, 내가 그걸론 못 웃겨."

잠들기 직전의 몇십 분이나 아침에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순간들 같은 때에.  

지난 여름이 나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다. 흉터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한 여름이다.
환부는 물론 있으나 전통적인 양생술에 따라 곪기 전에 도려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