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얼음

꼭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지만

별__ 2010. 12. 3. 18:23

내 안에서는 이토록 무결하게 구획되는 일들이 사물의 질서에서는 늘 벗어난다는 게 의아할 따름이다. 그래도 어젯밤에는 전 세계에서 나만 빼고 모두가 싫어하는 청어 샐러드도 먹었고, 올겨울 첫 바카디도 마셨다, 맛은 없고 (불꽃 맛) 오직 향만이 강한 바카디 151 스트레잇을 털어넣고 무엇을 꾹꾹 누르는 기분으로 물을 마시는 건 실행 가능한 행복들과 가장 가까운 일이다. 바카디가 식도를 지나는 동안 눈도 입술도 술의 향으로 얼얼할진대 청어와 바카디의 겨울이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늦게 일어나서 (발등에 붙은 불들을 바삐 밟아 끄고)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넣은 차이 티를 마시고 신간 시집을 읽었다.

어제 본 영화는 <하트비트>, 원제가 les amours imaginaires 인데 이 복수의 사랑들은 어쨌거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들과 흠씬 닮아 있다. 거기 나온 니코 및 걔랑 닮은 사람을 영화에서/ 살면서 꽤 본 것 같은데.

여름 이후의 영화 예매내역들을 보면
<퐁네프의 연인들> 서울아트시네마 
<크랙> 아트하우스 모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엉클분미> 아트하우스 모모
<불청객> 필름포럼
<낭트의 자코>,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방랑자> 서울아트시네마
<소셜 네트워크> 아트레온 
<하트비트> 아트하우스 모모

흩어져 있는 PIFF 티켓들
<벌꿀>
<바실리카타 횡단 밴드>
<거짓말의 바다 속 초상들>
<상해전기>
<무엇보다 먼저인 삶>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까마귀 기르기> 

그리고 그러는 동안 연극은 다만 한 편 보았다. 
무어 딱히 보고 싶은 무대도 없었고, 
스크린이나 노려보며 지내고 있었네 그래도 역시 프로그램을 무릎에 놓고 쏟아질 것 같은 소극장 객석에서 무대 쪽으로 몸을 잔뜩 기울이거나 
언제나 이상한 한기가 감도는 대극장 의자에 앉아 있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