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의 변화 때문에 아침 루틴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여태 6시 알람을 맞추긴 했지만, 이제는 6시에 바로 일을 시작하지 않고 우선 아침 산책을 다녀온 다음에 오전에는 글을 쓰기로 했다. 10시 언저리에 마무리하고 11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아침 시간은 진짜 하루가 아닌 것이다. 나에게 만약 하루 일과에서 자유로운 진짜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는 무얼 할까? 산책을 하고 글을 쓰겠지.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실 오늘은 6시 알람이 울렸을 땐 이미 두 시간쯤 일한 뒤 시티팝을 틀어놓고 샤워를 하고 있었다. 알람이 울렸을 때 그 소리가 (사이렌 소리다) 시티팝의 일부인 줄 알고 끄는 게 늦었네.
바버라 스트라이샌드를 들으면서 산책을 했다. 불광천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걷다가 돌아오면 2.4킬로미터 정도가 나오는데 아침 산책으로는 충분한 거리인 것 같다. 커다란 새가 날개를 펴고 천 위를 날아가는데, 잔잔한 수면에 그의 배 부분이 비쳐 보였고 그 모습을 한참 보았다.
아침 글쓰기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고통스러웠다. 가급적 고통을 덜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만큼의 고통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짐작하지 못한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그리고 오늘 아침에 원했던 충분한 양을 썼다고 생각했기에) 계획보다 일찍 정리했다. 내일도 똑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만들어둔 시간에서 한 시간이 남은 바람에 일기도 쓸 수 있네.
그외엔 모든 것이 평범하다. 올리버는 계속해서 말썽을 피운다. 올리버가 꽃병을 세 번 쏟아서 화가 났는데, 화를 낸 직후에 내가 두 번 더 쏟아서 할 말이 없어졌다. 꽃은 종로 3가에서 샀다. 조금 핀 것 한 단, 아예 안 핀 것 두 단으로 프리지어를 골라 왔었다. 시간을 내서 고양이들을 많이 안아 주고 싶다.